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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너시간 전까지만 해도, 명랑 히어로라는 프로가 있는줄도 몰랐다. 어둠의 경로-,.-;에 이상한 프로그램이 있길래, 어제 저녁 늦게 별 기대감 없이 구경 좀 해봤다. (진중권이 최근에 어둠의 경로에서 영화 다운받았다면서 영화평 썼다가 네티즌들한테 욕 절라 처먹었는데, 나는 유명하지 않은 놈이니 나한테 머라고들은 안 하겠지 ㄷㄷㄷ). 처음에는 라인업 망한다더니 이게 그 대타인가? 하면서 화일을 재생시켰다. ? 그런데 이건 라디오스타 확장판인가보네? 그리고 나는 점점 애들이 뭐할라고 이렇게 잡담떨고 있나 하고 프로그램을 보시 시작했다. 집안일 2시간 하느라 허송하기 직전까지인 11시까지 말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초큼 마음에 든다. 특히 연예인들의 신변잡담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이 엿보인다. 물론, '솔직한' 신변잡담 프로그램, 신변잡기 발설 중에 의도적으로 자폭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은 이제 흔하다. 내가 이 프로그램이 롱런했으면 좋겠다고 느낀 이유는, 여기서는 그 자폭이 일시적인 휘발성 신변잡기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창피했던 에피소드를 일시적으로 이야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약점을 장점처럼 활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폭로하는 것도 지금은 오락프로에서 흔한 유행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말 저녁시간 쇼/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그것들은 웃음의 소재로서만 의도되고 기능하고는 가볍게 공중으로 흩어져 잊혀진다.

 반면, 이 프로그램은 오락프로그램보다는 차라리 아침 토크쇼에 가깝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웃음이고 나머지는 웃음을 위해 희생되는 수단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것, 이야기를 주는 것이 주된 목표이고 웃음은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바뀐 형태. 우리는 특수한 연예인의 스캔들과 같은 신변잡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일반의 살아가는 모습, 구체적으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명랑 히어로의 경우, 내가 느낀 저런 느낌은 프로그램의 무정형에서 일정부분 기인하고, 프로그램에서 실제 논의되는 주제들에서 일정부분 기인하고, 마지막으로 출연진들이 애들이 아니라는 데에서도 일정 기인하는 듯 하다.

 우선 ,프로그램의 형식적인 면. 마봉춘 방송은 무한도전에서 즉흥성이라는 것의 시청률적 가치를 발견했고, 라디오스타에서는 그것을 불안하나마 확대재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명랑 히어로에서는, 라디오스타의 성공적인 시도를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키려는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 주말 오락프로그램의 초딩성 휘발성을 줄이고 아침 토크쇼에서의 보편성을 섞는 방법. 하지만, 여전히 중구난방 대화는 무정형으로 튄다. 마치 일상의 우리 대화가 그렇듯이 말이다. 일상의 대화를 방송으로 옮겨 놓는 것은 우리들의 흥미를 끈다.

 다음으로, 이 프로그램은 시사적인 것들에서 이야기 소재를 뽑아 온다. 물론 곧 주제는 시사적인 것들이 아니라 신변적인 것들로 넘어가지만, 방송에서 흔히 보는 가볍게 떠도는 신변잡담이나 말장난을 넘어 서려는 시도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일정한 차이를 귀결할 것이다. 일상의 우리들이 만나면 떠들고 노는 모습도 바로 그렇다. 우리들은 허공에 매달려 있는 스타들과 엔터테인먼트 상품 속의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탈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세상에서 발을 떨군 채 말할 수가 없는 존재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에서는 라디오스타나 무한도전과 다른 출연진이 있다. 기획을 현실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바로 출연진의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은 원래 초중딩용 프로그램에서 출발해서 시트콤으로 안착했다. 따라서 무한도전의 매력은 깊이 있는 고민이 없다는 데 있다. 무한도전 안에 고민이 있다면, (1박2일과 라인업 등의 유행의 원조격인) 그것은 오로지 생계형 개그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맥락 안에서만 있다. 캐릭터에 고착된 생계형 개그는 정형돈에서 출발해서 지금은 박명수가 주로 쓰고 있다. 더 이상의 고민은 없다. 한 마디로 무한도전은 사회에 붕 떠 있는 별세계의 시트콤 중 하나다.

 , 라디오스타는 어떤가. 생계형개그의 확장판에다가 의도된 난장판은, 신정환과 윤종신으로 인해 초딩성 말장난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또 라디오스타 안에서의 김구라의 직업적 막말에는 현실의 무게는 스타일적인 부분으로밖에 남아있지 않다. 한 마디로 그들은 프로그램이 시사나 교양이 아니라 예능의 영역에 있음을 잘 안다. 덕분에, 감이 떨어진 이유로 바보 상자 안의 별세계에서 노닐지 못하고 줄곳 현실에서 노니는 운명에 처한 마지막 한 명의 출연자는, 도통 발언권을 얻기가 힘들다.

 하지만, 명랑 히어로는 다르다. 정치, 경제적인 논의 주제들을 가지고 구라를 풀기 시작하겠다는 포멧은, 김구라의 스타일적으로만 가지고 있던 현실이라는 요소를 진짜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게 해 준다. 박미선과 이하늘은 프로그램이 공중에 떠서 농담따먹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박미선은 대화를 주도할 인물이지만 현재의 애드립성 버라이어티 유행과 관련이 없는 인물이고, 이하늘은 (비록 좌중의 재미난 반응을 유도해 내긴 하지만) 아예 농담과도 관련이 없는, 음악 외적으로는 그저 평범한 찌들은 현실을 발설하는 인물이다.

 프로그램은 결국,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들이 그렇듯, 농담 속에 왁자지껄 하더라도 현실을 이야기하고 곱씹는 현실기반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신정환과 윤종신 두 말장난만을 즐기는 환상 속의 멤버들은 말수가 줄고, 또다른 현실의 인물 김국진은 자신의 개입을 넓힐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사실은, 이게 가장 결정적인 부분인데, 출연진 중에 삶에 찌들지 않은 20대는 없다. 한창 현실적인 걱정이 많고 세상에 대해 떠들게 많은 3,40대들이다. 만약 같은 포멧으로 20대 초반의 애들을 앉혀 놨으면 원하던 결과는 결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형식, 기획, 인물배치로부터 나왔던 결과는? 우리가 일과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떠드는 잡담 바로 그것. 우리는 모이면 정치 이야기도 하고 사회 이야기도 하고, 자신들과 자신들이 목격하는 삶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제가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하면서 또 웃기게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낄낄거리기도 한다. 그 전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우리는 현실에서 발을 떼고 잡담 떨지 않는다. 현실에서 발을 떼고 싶을 때는 주말 버라이어티를 보면서, 환상 속의 비현실적인 웃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지금 1회가 방영된 명랑 히어로는, 바로 그런 현실에 뿌리 박힌 잡담을 떪으로써, 시청자들에게는 자신들도 그 중 일부인 어느 그룹의 술자리 대화를 듣는 듯한 친숙함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더이상 연예인의 이너서클 안에서의 별빛 반짝이는 신선놀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이 순간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사례로서, 내 동료의 이야기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친숙함이라는 것, 프로그램이 사랑받을 만한 좋은 무기다.


 다만 문제는, 3,40대 이상은 티비 오락프로 잘 안 본다는 것이고, 토요일 오후는 원래부터 티비를 잘 안 보는 시간대라는 것. 그들이 3,40대적인 일상적 잡담에 귀기울여 주는 시간대는 오전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들을 제외하면 한낮의 라디오 방송 정도일 뿐. 저녁의 티비 오락프로는 10대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런데 10대 꼬맹이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공중파 오락프로그램의 세계에서 어른들의 술자리 방담과 같은 무대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더라는 것. 4,50대들이 나와서 재미나게 떠들었던 불량아빠클럽이 그랬었다. 명랑 히어로도 그 전철 밟지 않고 잘 버틸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에 조금 다행이라면, 명랑 히어로는 꼬맹이들이 좋아하는 라디오스타의 인기를 등에 업고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시사이야기나 (물론 김구라가 어버버버 거리는 것을 보면, 민감한 부분을 피해가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설명을 회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 부분을 설명해 내는 데는 실패하는  것으로 보인다. 뭐, 방송에서 그런 거 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공중파 오락방송에서 강만수 욕을 할 수는 없잖아.), 아니면 결혼한 사람들이나 이해하는 불량아빠클럽성 이야기들은 꼬맹이들은 절대 못 알아들을 터. 하지만, 히히덕 거리는 캐릭터들이 히히덕 거리던 프로그램의 후광을 업고 나와 앉아 히히덕 거리는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따라 웃을 것이다. 주변적인 농담을 즐기기 위해 그 친구들도 티비를 계속 켤 것이다. 즉, 최소한 동 시간대 경쟁 프로보다는 유리한 점은, 라디오스타의 확대재생산판이라는 것, 즉 적당히 막나가는 시장판 프리토킹의 세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김구라도 지적했듯이, 애들은 그런 거 좋아한다.


 참고로, 라디오 가면 이런 잡담하는 프로들 천지다. 우리나라 라디오는 음악 틀어주는 데가 아니라 작가가 쓴 대본 읽어주고 사연 읽어주고 게스트나 전화관객을 초청해서 즉흥적인 잡담떠는 곳이다. 생방송인 한낮의 라디오 프로그램들에서는 저정도 잡담, 저정도 길이로는 못 떨어도 저정도 몰입으로는 얼마든지 떤다. 결국 뭔가? 라디오스타를 제대로 확대재생산하겠다는 기획이 이거라는 거다. 황금어장의 한 코너인 라디오스타 까지는 그냥 이름만 라디오의 티비판이고 실제로는 티비 예능프로그램의 한 극단적인 형태일 뿐이었지만, 명랑 히어로는 정말로 작정하고 라디오를 티비에 제대로 재현해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대충 졸린데 낙서 휘갈겼다가 업로드해 버렸는데, 자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깨서 보니 이건 초딩 수준의 낙서에다 업로드 실수로 글이 중간에 잘렸었군요.... 이미 올린 건 어쩔 수 없고 해서 몇 군데 손만 보고 냅둡니다.
*여전히 비문투성이라 점심시간에 문장을 약간 손 봄. 이제야 문장이 뭔소리하는지 이해가 갈 정도는 되었네요. 오전동안 클릭하셨을지 모르는 몇십분에게 정말 죄성




Posted by ra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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